일본 QST 병원 임상 결과… 수술 전 중입자치료 시행 시 5년 생존율 52%, 국소 재발 0건
[바이오타임즈] 췌장암 진단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낮은 생존율과 복잡한 치료 과정 때문에 많은 이들이 막막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수술이 가능한가'에만 머물기보다, 수술 전후 치료를 어떻게 조합해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 위험을 낮출 것인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QST 병원은 지난 30년간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중입자치료가 이러한 치료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중입자치료가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탄소 이온의 물리적 특성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에 있다. 탄소 이온은 암세포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를 집중 방출한 뒤 소멸한다. 이 특성 덕분에 췌장 주변의 위·십이지장 등 정상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 부위를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중입자는 기존 X선보다 세포 살상 능력이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선 저항성이 강해 치료가 까다로운 췌장암 세포에도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입자치료의 임상적 가능성은 수술이 가능한 환자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QST 병원의 30년 데이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술 전 중입자치료(Pre-operative CIRT)'를 받은 환자들의 결과다.
수술 전 중입자치료를 시행한 경우 5년 생존율은 52%에 달했다. 이는 수술만 받은 환자의 5년 무병생존율(26.1%) 과 비교해 약 두 배 수준이다. 특히 해당 치료군에서 치료 부위 내 국소 재발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0%). 중입자치료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암세포 제어에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아울러 중입자치료를 먼저 시행했을 때 근치적 절제 성공률은 81%를 기록했다. 치료가 암의 범위를 줄여 수술의 완 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미 수술을 받았으나 국소적으로 재발한 환자들에게도 중입자치료는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다.
재발 진단 후 중입자치료를 시행한 결과 2년 생존율은 51%를 기록했다. 최초 수술 시점부터 계산한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53개월(약 4년 5개월)이었다. 재발 이후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기여했 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모든 환자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QST 병원이 정립한 적합 기준에 따르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원격 전이가 없을 것 (암이 췌장 주변에 국한된 경우) ▲위·십이지장과 안전 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 ▲금속 스텐트가 없을 것 (플라스틱 스텐트는 가능) ▲상복부 복수가 없을 것 ▲위장관 침윤이 없을 것 ▲30분 이상 자세 유지가 가능한 전신 상태일 것 등이다.
중입자치료는 절개나 전신 마취 없이 진행되는 비침습적 치료다. 환자는 고정 자세로 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이 가 능할 정도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수술 전 치료는 8회(2주), 재발 치료는 12회(3주)면 마무리된다. 수개월이 소요되는 기존 치료와 비교해 일상 복귀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한국중입자암치료연구소 박용준 소장은 “췌장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보다 근거 있는 치료 선택지다. 일본 QST 병원이 축적해온 30년의 임상 경험은 중입자치료가 수술의 단순한 대안이라는 틀을 넘어, 생존율 향상과 국소 재발 억제를 목표로 한 치료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전 국소 재발이 보고되지 않았고, 5년 생존율 52%를 보였다'라는 결과는 중입자치료의 임상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다”며 “중입자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학적 확언을 마주하는 순간을 '단순한 치료법의 선택을 넘어 절망의 끝에서 발견하는 가장 찬란한 생명의 신호탄'이라 정의한다”고 전했다.